불륜을 우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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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지금 얘기해요.””싫다고 안 했어요.” 서로를 안고 춤을 추던 남녀는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지금 이들은 바람을 피려 하고 있다. 외도의 사전적 뜻은 “바르지 아니한 길이나 노릇”이 첫 번째이고 “아내나 남편이 아닌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는 일”이 두 번째이다. 남편과 자식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는 외간남자와 자신의 집에서 바르지 아니하게 성관계를 가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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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인데도 둘의 행동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 미묘한 떨림의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 연출 때문이기도 하고 이렇게 되기까지 각자의 상황과 서로의 마음을 계속 지켜보았기 때문이다.결혼한 지 15년이 넘어가고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는 삶.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은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없이 산다. 늘 바쁜 남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지는 오래 됐다. 사진 촬영을 위해 마을을 찾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서로 호기심을 갖고 호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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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무척이나 단조로운 이야기이다. 가족이 집을 비운 나흘간의 시간 속에 그들은 짧게 사랑하고 평생을 그리워한다. 남들은 불륜이라 손가락질하겠지만 그들에겐 분명한 로맨스였다. 프란체스카 존슨이 죽기 직전에 쓴 유언장을 통해 그때의 행위가, 그때의 마음이 펼쳐진다. 그들은 우아했다. 불륜임에도 그 행위에 불결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 그들의 말과 행동이 무척이나 우아했기 때문이다. 절제되게 말을 했고 서로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폈다. 그 우아함의 배경에는 음악도 큰 몫을 한다. 앞서 언급한 둘이 춤을 추는 장면, 곧 서로의 살내음을 맡을 그 떨리는 순간을 채워주는 건 자니 하트만의 ‘I See Your Face Before Me’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위대한 재즈 크루너(바리톤 음색의 부드럽고 중후한 스타일로 노래하는 재즈 가수) 자니 하트만의 노래는 둘 사이의 절제된 행동을 더 우아하게 보이게 한다.

자니 하트만의 노래뿐 아니라 다른 재즈 트랙도 영화의 곳곳을 채운다. 레니 니하우스가 영화 음악을 맡았지만 주연이자 영화를 연출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재즈에 조예가 깊기로 유명하다. 자니 하트만, 다이나 워싱턴, 아이린 크롤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재즈 싱어들의 우아한 노래가 중요한 순간마다 우아함과 섬세함을 더해준다. 욕조 안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순간에 흐르는 ‘This Is Always’, 술집에서 블루스를 출 때 흘러나오는 ‘For All We Know’는 이들의 사랑과 고민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연출은 물론이고 아예 영화의 메인 테마까지 직접 만든다. 러브 테마라 이름 붙여진 ‘Doe Eyes’는 영화의 마지막을 채워 넣는다. 고풍스러운 곡의 매력은 여느 재즈 스탠더드 못지않다. 나흘간의 사랑이 프란체스카의 기억에 평생 남았듯이 개봉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영화의 여운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로버트가 비를 맞고 있고 프란체스카가 선택을 해야 하는 그 장면은 여전히 또렷이 각인돼있다. 이처럼 외도를, 불륜을, 바람을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가 또 있을까? 그 배경에는 음악이 함께하고 있다. 훌륭한 사운드트랙이다. 그리고 훌륭한 재즈 음반이다.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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